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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재능의 B급 용병 강추
    카테고리 없음 2021. 5. 10. 19:21
    미친 재능의 B급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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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재능의 B급 용병.txt2.2M


    재능이 없으면 굴러라!

    인생의 메인 퀘스트의 보상은 ‘죽음’이리라.

    무능력한 자신을 저주한 B급 용병

    회귀로 인해 자신의 터무니없는 힘을 깨닫게 된다.








     # 1

    미친 재능의 B급 용병 001화

    1장 프롤로그

    「살기 위해서 죽을 때까지 굴러 보라고.」

    문득, 주점의 한 바텐더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처음 B급 용병이 되었을 때 들은 말. 그 말이 꽤나 와 닿아 가슴속 깊이 새긴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에는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지. 우스갯소리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B급 용병으로 근 15년을 굴렀다. 얼굴에는 잔가지처럼 굳은 상처들이 수두룩했으며 이제는 잘 다듬지도 않는 수염이 듬성듬성 꺼끌꺼끌하게 솟아 있다.

    손은 또 어떠한가. 수많은 상처와 굳은살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까칠한 표면. 어느 한 군데도 온전한 데가 없었다.

    ‘아, 노력했구나.’

    ……라는 개 같은 생각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노력? 그래 했다. 노력해서 생긴 상처인 건 맞다. 하나, 어느 순간부터 그 의미는 퇴색되고 오로지 살기 위해 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B급 용병으로서. 15년 동안 용병 생활을 하면서 고작 닿았던 경지가 B급 용병이란 말이다.

    억울해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경악스러운 힘을 주었냐고. 넓은 평지, 비릿한 피 냄새를 머금은 땅에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신은 없다. 그렇기에 이런 비참한 외침을 들을 리 만무하다.

    다 부질없다.

    평지에 주저앉아 있던 남자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의 주위에 있던 다른 동료들은 모두 투창에 찔려 사망하거나 화살에 머리통이 정확히 박혀 눈을 감은 뒤였다. 자신 또한 이제 저렇게 된다.

    15년 동안 구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다.

    ‘블루나이트.’

    남자는 처량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용병단의 깃발을 눈에 새겼다. B급 용병으로서 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용병단에 들어온 것은 행운이었다. 자신과 같이 이 용병단에 들어온 다른 B급 용병들도 아마 자부심을 가졌을 것이다. 드디어 밑바닥부터 굴러서 여기까지 올라온 세월에 대해 보상을 받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눈물을 훔치던 다른 B급 용병들도 있었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참담한 광경에 말문이 막힐 뿐이었다.

    ‘시X, 보상은 개뿔.’

    남자는 어이가 없어 실소했다. 그런 자부심, 그리고 그런 감동을 무참히 쳐부숴 버렸다. 자신과 같은 B급 용병들은 전부 그놈들의 배신을 위한 버린 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지금 저 언덕 위, 블루나이트의 용병단장은 마계의 행동대장과 만나 손을 붙잡고 있을 터.

    “……커억!”

    힘겹게 다리를 질질 끌며 조금이라도 움직이려던 남자는 이내 역류하는 피를 한 모금 뱉어내며 다시 땅에 주저앉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극악의 무력함. 그 이후에 찾아오는 것은 고통도 분노도 아닌 평정.

    ‘결국 여기까지다.’

    재능이 없으면 굴러라! 라는 인생의 메인 퀘스트에 대한 보상은 ‘죽음’이리라.

    빌어먹을 세상.

    그 남자는 마지막,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저주를 내뱉고는 눈을 감았다. 감정을 쏟을 힘이 없었기에 그의 말은 덧없고 쓸쓸하기만 했다.

    그것이 명예는커녕, 이 세상에서 이름을 아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던 B급 용병의 최후였다.


     # 2

    미친 재능의 B급 용병 002화

    2장 힘의 깨달음(1)

    “……보라고. ……어? 듣고 있어 아론?"

    술잔을 닦고 있던 바텐더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어왔다. 주변은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누군가는 언쟁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무용담을 풀어놓는다. 이런 주위의 소음은 소름끼치도록 익숙하다.

    “아…….”

    잠시 눈에 힘이 풀려 있던 젊은 용병은 멍한 눈빛으로 바텐더를 바라보더니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 뒤에 찾아오는 후두부의 강력한 통증은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페, 너 죽은 거 아니었어?”

    그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흔들리는 눈동자로 바텐더에게 물었지만 되돌아오는 답변은 비웃음뿐. 눈앞에서 멀쩡히 술잔을 닦고 있는데 죽었다니. 주점의 바텐더인 오페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젠장. 뭐야?’

    아론은 좀처럼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금 이 주점과 자신의 눈앞에 있는 바텐더. 모두 익숙하다. 아론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는 애써 혼란을 가라앉히며 오페에게 물었다.

    “너, 방금 전 나한테 뭔 말 하려 했었지?”

    “미친 사람 같다고?”

    “아니, 그거 말고. 네가 하려던 말 있잖아.”

    아론은 답답한 듯 표정을 찡그리며 오페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분명 자신의 청각이 확보되었을 때 어렴풋이 들은 그 말. 3번이나 그를 재촉한 뒤에야 아론은 자신이 생각했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살기 위해서 죽을 때까지 굴러 보라고. 이거?”

    오페는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내뱉었다. 그는 키득키득 웃으며 재차 강조하기까지 했다. 젊은 용병, 그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자들을 위해 오페가 항상 강조하는 말. 명예, 돈을 위해 구르지 마라. 살기 위해서 구르다 보면 어느새 명예와 돈은 따라온다. 그런 뜻이다.

    “하아, 그렇구나.”

    아론은 그 말을 듣더니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아론은 짜릿한 기분에 몸을 떨었다. 아니, 이것이 짜릿한 기분일까. 아니면 익숙하지 못한 몸에 대한 거부반응일까.

    ‘정말이냐?’

    아론은 자신의 깨끗한 손을 꽉 움켜쥐며 닿지 않는 누군가에게 물었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아론. 그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번 더 머릿속에 지금의 상황을 정리한다.

    ‘지금, 나는 15년 전으로 되돌아왔다.’

    * * *

    “당신은 이제부터 B급 용병입니다. 그에 해당하는 의뢰를 받을 수 있으며 용병단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갖췄습니다.”

    안내원이 그리 말하며 아론에게 은빛 증표를 건넸다. 그가 15년간 부적처럼 가지고 있었던 B급 용병 증표. 자신이 죽기 직전, 이 은빛은 빛이 바래 거의 황금색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깔끔한 은빛 그 자체. 아론은 떨리는 손으로 그 은빛 증표를 허리춤에 달았다.

    ‘그때도 이렇게 떨렸지.’

    지금은 의미가 다른 떨림이다. 아론은 다시 한번 경험하는 이 순간에 짜릿함을 느꼈다. 자신의 예측대로 정말로 15년 전, 자신이 처음 B급 용병이 되던 때로 돌아왔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른다.

    ‘정말로 그때 신이 내 절규를 들었을지도 모르지.’

    재능이 전무한 자신을 만든 신에게 분노하여 욕했다. 자신의 무능함, 그리고 무력함. 그것에 화가 나 발악을 했지만 결국은 B급 용병.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로선 마땅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B급 용병이 다시 15년 전의 자신으로 눈을 뜬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론은 조금 깊게 생각해 보려다 이내 단념했다.

    ‘결국은 B급 용병. 아무런 힘도 없는 그런 용병.’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시련이 닥칠지 잘 알고 있는 아론이었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거 없었다. 그저 그 15년을 반복하며 다시 바닥을 구를 게 뻔했다.

    ‘블루나이트.’

    그 개 같은 용병단에 입단하는 것만 피하면 최종적으로 자신의 죽음은 피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은 그뿐 아닌가. 아론은 어이가 없어 실소했지만 자의로 목숨을 끊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목숨의 연장선인가.’

    나쁘지는 않다. 다만 그 연장선이 결국은 B급 용병이라는 것이 불만이었다. 아론은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이 어이없는 상황을 묵묵히 숨긴 채 길드 건물을 나섰다. 그러자 눈앞에 익숙한 진풍경이 나타났다.

    “저희 용병단으로 오십시오! 최상의 대우. 최고의 보상!"

    “붉은 늑대 용병단은 언제나 신입을 환영합니다!"

    “저, 저!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일단 좀 와 보세요."

    초보 용병들을 꾀어내려는 악랄한 용병단들. 홍보를 담당하는 그들은 하나같이 사탕발린 말들로 용병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옆 사람에게 질세라 매일같이 소음을 유발하는 개 같은 점은 덤이었다.

    15년 전, 아론 또한 저런 사탕발린 말에 속아 한 용병단에 소속된 적이 있었다. 물론, 그곳은 용병단인지 노예단인지도 모를 정도로 초보 용병들을 가혹하게 다루었으며 의뢰를 처리했을 때는 보상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말이 용병이지 실상 하는 일들은 노예와도 같았다.

    아론은 그 나날들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지만 굳이 여기서 열을 낼 필요도 없다. 아론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인파를 헤치고 길을 찾아 걸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저기, 잠시만. 저희 신비랑 용병단에 오시면 좋은 혜택…….”

    한 용병단에 소속된 단원이 아론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걸음을 막아 세웠지만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분명 상대는 자신보다 어리다. 하지만 아론이 말없이 내뿜는 눈빛, 그리고 기운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 그 성난 기세에 다리가 굳어버린 용병단원은 눈동자를 바르르 떨었다.

    ‘잘못 붙잡았다.’

    후회가 밀려왔지만 돌이킬 수는 없다.

    ‘신비랑 용병단이라…….’

    상대가 공포를 느끼건 말건 아론은 천천히 그가 들고 있는 팻말을 살폈다. 이곳에 오면 수많은 이점이 있다! 라는 것을 어필하고는 있지만 아론은 크게 끌리지 않았다. 이미 몇 십 년간 용병 생활을 하며 생긴 감각이나 경험은 유효하다.

    ‘아직,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때는 아니지.’

    아론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꺼져.”

    “네, 네!”

    상대방은 아론의 그 말을 듣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급히 인파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저렇게 홍보를 담당하는 자들은 대부분 용병단의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이다. 그런 자들이 제 자신을 속였던 바로 그 팻말을 들고 다른 상대를 또 꾀어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군.’

    아론은 다른 시점으로 이 상황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어찌 되었든 자신이 상관할 일은 아니다. 그리 생각하며 아론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금 자신에게 급히 필요한 것은 저런 저급한 용병단에 드는 것이 아니다.

    ‘돈이 필요하다.’

    아론은 텅텅 빈 주머니를 털며 입술을 잘근 씹었다.



    미친기타
    좋아요! GOOD~
    포티당
    재미있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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